[에세이] 하롱베이Halong Bay(이택룡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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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하롱베이Halong Bay(이택룡 세무사)
  • 이택룡 세무사
  • 승인 2019.10.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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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룡 세무사 에세이집 「청백리淸白吏가 그립다」 중에서...
사진 : 베트남 하롱베이
사진 : 베트남 하롱베이

하롱베이Halong Bay! 영화 <인도차이나>의 배경인 아름다운 하롱베이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곳이다. 우리 일행 35여 명이 관광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가는 데 4시간 30분이 걸렸다. 하롱베이로 가는 가을 길목에서 끝없이 넓고 방대한 황금빛 물결을 상상해 보았다. 평야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추수가 끝난 뒤라 벼 그루터기만 남은 논바닥에서 볏짚을 뜯는 소들의 모습이 평화스러워 보였다. 베트남은 이모작으로 쌀 생산이 세계 1위라 한다. 앞으로 쌀 수입이 완전 자유화가 되면 우리나라의 농부들이 벼농사를 지켜 낼 방법이 있을까 하고 걱정이 앞섰다.

우리는 하롱베이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으로 삼겹살을 상추에 싸 맛있게 먹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식사하는 것처럼 마음이 푸근함을 느꼈다. 식당 여종업원들은 모두 아름다운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여정은 연정이라고 했던가. 그래 그런지 그녀들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한국과 한국인을 좋아한다고 했다. 베트남 여성들은 한국 TV 드라마를 즐겨 본다고 했다. 우리의 드라마 내용이 권선징악을 내세우는 작품들이 많다 보니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감성으로 느끼는 것 같다. 그들도 유교 사상이 지배적인 동양의 전통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시내 고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아침 7, 하롱베이를 구경하기 위해 부두에서 배를 탔다. 그날은 화창한 날씨 덕분에 섬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들은 배에 올라 그 아름답고 그림 같은 자연경관을 가진 하롱만을 돌았다. 하롱만은 120km의 해안선을 가지고 있다. 섬들은 크고 작은 이름 없는 것까지 모두 3,0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기암괴석의 섬들이 우뚝우뚝 서 있는 자태를 선상 가판 위에서 바라보았다. 그중 키스섬이라 불리는 섬이, 두 마리의 새가 마주 서서 입을 맞추며 떡 버티고 서 있는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왔다. 신기하고도 아름다웠다. 만경창파萬頃蒼波에 떠 있는 배에서 수많은 섬의 풍광을 바라보니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각품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 듯했다. 섬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 빛이 변하고 날씨에 따라 또 다른 정치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곳은 지질학적으로 북쪽은 계림이고 남쪽은 닌빈Ninh Binh까지 광대한 석회암 지역이다. 배는 그림같이 펼쳐진 주변의 섬들을 지나 30분 가량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달려 드디어 하늘의 궁전 같다는 천궁석회석동굴앞 부두에 닿았다. 배에서 내려 계단을 조금 올라가 바로 석회석동굴 입구에 들어섰다. 천궁석회석동굴은 하롱만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이 동굴이 있는 섬은 왕관이 두 개의 동굴을 품고 있는 모습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동굴의 좁은 입구와는 달리 130m 길이의 웅장한 동굴 내부가 드러났다. “세상에! 이런 환상적인 비경이 어디에 또 있을까!”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처럼 아름다운 대자연을 우리에게 거저 선사해 준 창조주에게 감사할 뿐이었다.

내부에 설치된 조명으로 비추는 천연 동굴의 환상적인 자태를 보고 잠시 우두커니 서서 넋을 잃고 말았다. 그 규모가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방불할 정도로 큰 데다 동굴 안의 천장에서 내려온 석회석의 여러 형상들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하늘의 문이라든가 문현석’, ‘임금님의 용좌’, ‘폭포’, ‘선녀 목욕탕’, 절벽위에서 아래를 보고 있는 자애로운 성모 마리아의 형상등이 마치 박물관에 진열된 작품을 관람하는 것 같아 황홀했다. 그 동굴은 수세기 전에는 해적들의 은신처였고, 몽골군이 침공했을때는 군사전 요새지로 오천 명의 군사가 동굴 안에 숨어 있다가 몽골군을 물리친 전적도 있다고 한다.

하롱베이 유네스코가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선포했으며 전 국토의 1,553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으로 유네스코는 남미의 아마존 다음으로 그곳을 아름다운 경관으로 선정했다. 제주도는 세계 7위로 인정되고 있다.

영화 <인도차이나>는 프랑스 작품으로 하롱베이가 배경이다. 레지스 와그니어가 감독하고, 주연 배우로는 프랑스의 까뜨린느 드뇌브(엘리안느 데브라 역), 벵상 빼레(장 밥띠스트 역), 베트남의 린당 팜(까미유 역), 그 외 장 얀느가 출연하여 프랑스 인들의 심금을 울린 작품이다. 때는 19세기 말 프랑스의 인도차이나 지배가 한창이던 1930,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받아 베트남 공산당이 창당된 시점부터 1954년 제네바 협정으로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되는 격동기를 배경으로 굴곡진 역사 속에 휩쓸린 사람들의 운명이 전개되는 모습을 그린 영화이다.

베트남인들은 쓰라린 전쟁과 침략을 겪었고, 한 세기 동안 식민지 시대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정치 권력자들은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국민의 고통을 도외시한 채 전쟁을 일으킨 역사도 꽤 있다. 나는 문득 우리가 겪은 일제강점기의 만행이 떠올라 새삼 전율하고 말았다. 그 원혼들과 40여 년 전 베트남전쟁 때 죽어 간 우리 젊은 영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지고 가슴이 아팠다.

점심때가 되었다. 우리는 생선을 싣고 접근해 온 배에서 해산물, 다금바리, , 소라 등 자연산 활어를 사 회를 뜨고 남은 뼈와 잡물고기를 냄비에 담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매운탕을 끓였다. 여럿이 선상 가판에 둘러앉아 매운탕과 회를 안주 삼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정담을 나누며 점심을 먹는 기분이야말로 신선놀음이 아닌가 싶었다. 오랜만에 막걸리를 꽤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을 보면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비경이 나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참으로 무릉도원이 따로 있겠나 싶었다. 나는 잠시 가판 위에 누웠다. 하늘을 보며 비몽사몽 잠이 스르르 왔다. 잠시나마 참 기분 좋은 단잠이었다.

눈을 떠 보니 배는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부두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저 멀리 산꼭대기에서 갈매기의 천적인 독수리 한 마리가 크게 날갯짓을 하며 쏜살같이 뱃머리를 스쳤다. 그래 그런지 물고기들이 많이 살고 있는 넓은 바다인데도 갈매기는 보이지 않았다.

하롱베이의 경관은 지난날 통한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보고 또 견뎌 냈으리라. 비통함을 통분하면서 말이다. 그 아름다운 비경이 훼손되지 않고 영원히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2012)

이택룡 세무사
사진 : 저자 이택룡 세무사

[저자 프로필]
이택룡 세무사
△ 세무사, 경영학박사
△ 수필가, 사회복지사
△ 전)명지전문대학교 교수
△ 전)명지대 사회복지 대학원 강사
△ 전) 일본 나가사키 순심대학교 강사
△ 제물포고등학교(졸)
△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행정학 석사
△ 명지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 인도 뉴델리 ASIAN TRADE UNION COLLEGE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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