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IT산업의 세무대리 시장 집입, 협력인가, 침략인가? (김정래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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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IT산업의 세무대리 시장 집입, 협력인가, 침략인가? (김정래세무사)
  • 김정래세무사
  • 승인 2019.11.07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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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무사로 살아온 5년
- 눈 앞에 다가온 세무사 업계의 지각변동
- IT산업의 세무대리 시장 진출
- IT기술과 세무대리업무의 결합은 세무사에게 성배인가, 독배인가?
- 변호사라고 별 수 있나?
사진:김정래세무사

세무사로 살아온 5년

 나는 대학 졸업 후 중견기업 회계팀에서 근무하다 재직 중 뒤늦게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내가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려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하였을 때 주변에서 만류의 소리가 높았다. 세무사들이 주업으로 하고 있는 세무대리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경쟁이 치열해서 밥 먹고 살기도 힘들 세무사들이 많다는 이유였다. 심지어는 세무사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의 강사이신 세무사 님들도 합격 후의 진로에 대해서 회의적인 이야기를 여러 번 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걱정과 고민이 없지 않았지만 한번 시작한 공부이기에 끝을 보겠다는 결심과 우선 합격하고 고민하자는 무대뽀 정신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다.

 세무사 합격 후 본격적으로 세무사업에 종사하면서 정신없이 살아왔던 것 같다. 수습기간을 거쳐 영업에 대한 고민으로 망설였지만 자가 사무소 개업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조금 빠르게 실행하고자 세무사 자격 취득 후 1년만에 개인사무소를 개업하여 영업에 집중하였고,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며 5년이라는 시간을 쉴 새 없이 보냈다. 그 결과로 그래도 월 생활비는 벌어주는 작은 사무소와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눈 앞에 다가온 세무사 업계의 지각변동

 세무사로서 5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을 보내며 느낀 점은 세무사라는 자격만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는 것이다.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로 전해 들었던 세무사 시장의 현실을 실제로 경험하였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느낀 점은 점점 낮아지는 수익성과 높아지는 업무강도 및 전문성에 대한 요구, 힘든 고객응대 및 직원관리 등 수만개의 애로사항이었고, 안정적인 급여를 받았던 직장생활을 그리워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세무사 집단 내부에서도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통한 수입원 창출 등 세무사도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젊은 세무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무사 수익모델에 대한 개발을 통하여 기존 세무대리, 기장 대행 등 세무사의 주된 수입원이었던 월기장료와 세무조정료 중심의 비즈니스를 탈피하여 새로운 수입원을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IT산업의 세무대리 시장 진출

 이러한 세무대리 시장의 변화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이라는 사회적 화두가 결합하여 세무대리 시장에 정보기술 산업의 진입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막강한 IT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자, 개발자 들이 젊은 세무사, 회계사와 협업하여 기존 인력 중심의 세무대리 서비스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화 서비스로 개편하여 원가를 절감하고, 세무대리 시장에 집중되어 있는 기업의 회계, 재무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으며,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IT기술과 세무, 회계 업무의 결합이 필수불가결하며 새로운 수입원으로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일 것이다. 아직까지 안정적으로 인력을 완전 대체할 수 있는 세무대리 자동화 시스템은 보지 못했지만 머지않아, 정말 멀지 않은 시간안에 세무사 사무실 직원이 처리하던 모든 업무가 컴퓨터 시스템 안에서 처리되는 시절이 올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 살아가는 세무사의 한사람으로 정보기술의 발달과 세무대리 서비스의 자동화가 세무사에게 도움이 될 지 해가 될지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고, 세무대리 시장의 변화도 일개 세무사의 힘으로 막을 수 없겠지만, 세무사업에 종사하는 세무사이자 세무사업으로 밥 먹고 사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이 크고 중대한 변화가 세무사에게 유리한 시장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IT기술과 세무대리업무의 결합은 세무사에게 성배인가, 독배인가?

 우선 세금신고, 장부작성 등 업무의 자동화는 세무대리 서비스의 원가를 절감시켜줄 것이다. 지금까지도 세무회계 시스템 개발을 통한 자동화로 한사람이 동일한 시간내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수기로 장부를 작성하던 시절에 대비하여 업무가 크게 효율화 되어왔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정보기술의 혁명적인 발전을 통하여 한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은 상상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도움 없이 시스템 자체적으로 세무신고와 회계장부작성이 가능한 시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 때에는 세무사 사무소도 직원없이 세무사 1인 또는 보조직원 1인 정도의 규모에서 무수히 많은 기업의 회계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서비스 원가는 세무회계 시스템 사용료와 데이터 보관을 위한 서버 사용료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세무대리 서비스 수수료는 낮아지겠지만 세무사 업무의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져 세무사업의 수익성은 또한 높아 질 것이며, 세무사의 주된 업무는 기존 기장 및 세금신고, 세무조사 대행 등의 업무에서 벗어나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금 및 기업 경영관련 컨설팅 및 자문 등을 수행하며 세무 및 경영관련 전문가로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희망차게 예상해 본다.

 그러나 세무사 입장에서 조금 부정적인 예상을 해보면, 그동안 세무사 자격만 있어도 세무대리 수임을 통하여 안정적인 기장료, 세무조정료 수익으로 세무사업을 유지하던 세무사의 경우에는 기존 업무의 자동화, 시스템화로 인해 낮아지는 수수료와 수익성으로 수입에 큰 타격을 받아 세무사업 유지가 어려울 수 있으며, 세무회계 전문가로서 태세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기존 기장료, 세무조정료를 통해 발생하였던 세무사의 수입은 새로 진입한 IT 업체의 시스템 또는 프로그램 사용료, 서버 사용료 수입으로 전환되어 세무사의 안정적이던 밥그릇은 시스템 개발자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게 된다.

변호사라고 별 수 있나?

 현재 세무사법 개정으로 인한 변호사의 세무대리업 진출이 세무사 업계에서 큰 화두이다. 세무사뿐만 아니라 일반 납세자 입장에서도 회계 및 세법에 대한 전문지식 없는 변호사가 변호사 자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무사, 회계사의 전문 분야인 세무대리 업무를 하는 것은 업계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납세자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번 세무사법의 개정은 반드시 막아내야만 하는 졸속 입법으로 보인다.

 세무사업에 종사한지 5년이라느 짧은 기간 동안에도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자격사 간의 업무영역과 관련한 분쟁은 수없이 들어왔고, 경험해 왔다. 그러나 짧은 경험을 통해서 느낀 점은 업무영역이 바뀐다고 해서 시장에 큰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세무사법 개정을 통하여 세무사 업무가 변호사에게 전면 허용된다고 하여도 세무사 업무나 회계를 전혀 모르는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더욱이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부작성이나 세금신고업무가 자동화되는 시점에서 세무사의 주된 업무 및 수입원은 지금과 같은 월 기장료, 조정료가 아닌 보다 전문화된 컨설팅 업무가 될 터인데 이 분야를 세무, 회계 지식에 무지한 변호사가 수행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일하지 않던 세무사, 변화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들다!

 세무 및 회계 대리업무 시장의 중소 IT 기업이 지속적으로 진출하고 있고, 시스템 개발을 통한회계장부작성 및 세금신고 업무를 자동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구조적 특성과 복잡한 세무, 회계 정보로 인하여 세무, 회계 업무를 온전히 시스템화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며, 정보기술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가지고 있는 IT 전문가들도 세무회계 분야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곳곳에서 목격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언젠가는 세무회계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원동력이 될 것이며, 근 시일내에 충분히 달성가능한 목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업계의 큰 파도 속에서 파도타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한 명의 세무사로서 고민과 근심으로 주름살과 흰머리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변화 속을 살아가고 있는 것을 인식하는 것 만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나 스스로도 변화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세무사로서의 앞날이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혁명적인 변화의 바람이 앞서 말했듯 세무사에게는 위기임과 동시에 능력있는 세무사가 능력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에 세무전문가로서 더 큰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김정래 세무사 프로필]

2018 국세청장 표창
2019 한국세무사회 공로상 수상
한국세무사회 회계솔루션 개발위원 
한국세무사회 국제협력위원
더케이(The K) 세무회계컨설팅 대표세무사
택스데일리 신문 세무전문기자

이메일 kim@thekta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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