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로복지공단이 산재근로자 과실 책임 일부 부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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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근로복지공단이 산재근로자 과실 책임 일부 부담해야"
  • 박효주 기자
  • 승인 2022.03.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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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근로복지공단(공단)이 산업재해 보험금을 먼저 지급한 뒤 가해 기업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때 그 범위를 '보험금 전액'이 아닌 '피해자의 과실 부분 일부를 제외한 금액'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사고에서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더라도 과실에 대한 부담 일부를 공단이 지도록 해 산업재해 근로자를 더 두텁게 보호하자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4일 근로복지공단이 A전기업체와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2017년 5월 강원 평창군에서 광케이블 철거공사를 하던 B씨는 쓰러지는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B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공단은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유족 측에 요양급여와 연금 등 보험금 2억2000여만원을 지급한 뒤 A업체와 한전을 상대로 2억1000여만원의 구상금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종전 대법원 판례 취지에 따라 피해자의 과실을 먼저 계산해 손해배상 금액을 정한 뒤 그 한도 내에서 공단의 부담금을 공제하는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으로 계산해 구상금을 정했다.

요컨대 B씨의 과실 비율을 먼저 계산해 가해자인 A업체와 한전이 물어내야 할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고 그 금액 한도 내에서 공단이 B씨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심과 2심은 모두 같은 계산 방식을 택했지만 A업체와 한전의 책임비율 및 B씨가 몸담았던 업체의 책임 여부에서 일부 판단이 엇갈려 공단이 받을 구상금 액수가 다르게 산정됐다.

대법원에서는 공단의 구상권 범위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을 정할 때 종전 대법원 판례인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택할 것인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택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은 공단의 보험금을 먼저 공제한 뒤 나머지 손해액의 과실 비율을 계산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대신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때도 그 범위는 공단 부담금 전액이 아니라 그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고 봤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대법관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2022.3.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만약 과실이 30%인 피해자가 가해기업의 불법행위로 인해 1000만원의 손해를 입었고 공단이 800만원을 지급했다고 가정해 보자.

종래의 대법 판례를 적용하면 공단은 피해자가 가해기업으로부터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액 700만원 한도 내에서 지급한 보험액 전부를 받을 수 있었다. 구상금이 700만원까지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공단이 받을 수 있는 구상금은 560만원(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800만원×가해기업 책임비율 70%)까지 줄어든다. 재해근로자 책임에 해당하는 240만원이 공제된 셈이다.

재해근로자 입장에서도 기존 판례에 따르면 공단으로부터 700만원을 받는 것 외에 가해기업으로부터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없지만 이번 판례대로라면 가해자로부터 14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대법원 재판부는 "산재보험제도의 법적 성격 등을 고려하면 재해근로자의 손해가 전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단이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3월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자 대위와 관련해 비슷한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범위는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고 종래의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산재보험법의 존재 의의 및 목적에 부합하도록 재해근로자의 손해보전 범위를 확대해 재해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산재보험이 대처하는 부분을 넓혀 산업의 안정적 발전에 기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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